안녕하세요. 라포랩스 PO Chapter Leader 한종완입니다.
저는 좋은 제품은 결국 고객의 문제를 뾰족하게 정의하고, 그 문제를 집요하게 해결하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아이디어나 빠른 실행만으로는 오래가는 가치를 만들 수 없고, 고객이 실제로 어디에서 불편해하는지 정확히 붙드는 일이 먼저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랫동안 문제를 발견하면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빠르게 적용하고 빠르게 검증하는 방식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 그 방식은 잘 작동했습니다.
라포랩스에 와서도 한동안은 그 방식이 잘 통했습니다. 저희의 강점은 분명했습니다. Super Fast였습니다. 빠르게 적용하고, 빠르게 검증하고, 빠르게 배우는 힘이었습니다. 문제를 발견하면 시장에서 가장 잘하는 플레이어의 문제풀이 방법을 빠르게 벤치마킹하고, 데이터로 검증하고, 반복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184개의 실험을 진행했고, PO 6명이 워킹데이 기준 하루 평균 1.5개의 실험을 만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이 방식은 실제로 퀸잇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중요하게 생각해온 기준 자체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시점이 왔습니다. 퀸잇의 핵심 고객은 4050 여성인데, 저를 포함한 조직 구성원 다수는 2030입니다. 고객 문제를 푼다고 믿고 있었지만, 정작 그 고객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순간이 많아졌습니다.
오늘은 제가 라포랩스에서 PO로 일하며 겪은 성공과 실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희가 스스로 고객을 잘 안다고 착각하게 된 이유와, 그 착각이 깨진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Customer Centric이 bleeding하기 시작했습니다
커머스의 기본기를 다진 뒤, 저희가 풀어야 하는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해졌습니다. 패션 중심에서 리빙, 뷰티, 건강기능식품, 홈쇼핑까지 맥락이 넓어졌고, 고객이 기대하는 경험도 더 다양해졌습니다. 단순히 상품을 잘 보여주고 싸게 파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변화는 실험 결과에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2월 약 25%였던 실험 실패율은 5월 약 43%까지 올라갔습니다. 실패율이 높아졌다는 사실 자체도 문제였지만, 더 아팠던 건 실패의 내용이었습니다.
왜 우리 고객에게는 랭킹 정보가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을까?
왜 뷰티에서 최저가 메시지는 생각보다 반응을 만들지 못할까?
왜 다른 플랫폼에서 잘 먹히던 레퍼럴 기능은 퀸잇 고객에게 힘을 쓰지 못할까?
왜 같은 만보기인데 우리 고객은 잘 쓰지 않을까?
처음에는 실행력이 부족한가 생각했습니다. 더 빨리 만들고, 더 많이 실험해보면 결국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다른 가능성을 의심하게 됐습니다.
혹시 우리는 문제를 푸는 방식보다 먼저 고객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돌아보면 저희는 Super Fast에 강하게 베팅한 결과, 고객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빨리 달리고 있었습니다. 고객이 실제로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는 두루뭉실하게 정의한 채 가설부터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실험은 빠르게 쌓였지만, 고객에 대한 이해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실패의 이유조차 설명하기 어려워졌습니다.
2030의 성공 공식을 4050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내린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퀸잇의 핵심 고객은 4050 여성인데, 저를 포함한 조직 구성원 다수는 2030입니다. 예전처럼 내 감각과 내 주변의 감각으로 고객을 짐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고객을 안다고 믿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충분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직 안에서 아예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고객을 모릅니다."
이 말은 겸손한 척하기 위한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는 척한 채로 더 빠르게 잘못된 방향으로 달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성장과 고객 이해는 같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현장으로 갔습니다.
그 뒤로 저희는 고객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회의실 안에서 고객을 상상하고, 데이터 대시보드 안에서만 고객을 해석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고객에 몰입하려면 방법론보다 먼저 고객을 이해하려는 동기와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관찰부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이며 어디에 있을까?
신세계 강남일까, AK플라자 분당일까, 뉴코아일까, 코스트코일까?
PO들과 함께 직접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장 먼저 확인한 건 하나였습니다. 고객 연령대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같은 40대, 50대, 60대라고 해도 너무 달랐습니다. 자기 취향과 개성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분도 있었고, 주변의 평가와 지인 추천이 중요한 분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쇼핑을 아주 능숙하게 사용하는 분도 있었고, 여전히 불안과 경계심을 갖고 접근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나를 위한 소비에 과감했고, 어떤 분은 가족과 주변의 시선을 훨씬 더 크게 의식했습니다.
저희는 오랫동안 4050이라는 숫자를 보고 있었지, 그 안의 전혀 다른 삶들을 충분히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조직 전체에 꽤 큰 충격을 줬습니다. 공동대표님들까지 포함해서 모두가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몇 개 기능을 더 잘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4050 여성의 삶 자체를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4050 연구소입니다.
4050 연구소, 데이터가 아니라 삶
4050 연구소는 특정 제품 이니셔티브 하나를 지원하기 위한 리서치 조직이 아닙니다. 저희가 하려는 일은 훨씬 더 근본적입니다. 4050 여성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그 이해를 사업과 브랜드, 콘텐츠, 제품 전략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전국의 온라인 쇼핑 이용 40~60대 여성을 라이프스타일 기준으로 나누어 보니 6개의 페르소나가 드러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연령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소비 철학, 패션 지출 규모, 라이프스타일, SNS 이용 행태, 추천을 받아들이는 방식, 쇼핑할 때 중요하게 보는 정보들이 훨씬 더 강한 구분선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나를 위한 소비에 돈을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지인 추천과 주변 평가를 더 중요하게 보고, 검증된 선택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같은 상품을 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큐레이션과 취향의 언어에 반응하고, 어떤 사람은 신뢰와 평판, 검증의 언어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이렇게 보고 나서야 질문이 선명해졌습니다.
지금 퀸잇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고객은 누구인가?
시장 규모와 소비력은 큰데 아직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기회 고객은 누구인가?
브랜드 입점과 셀렉션, 가격대, 카테고리, 마케팅 메시지를 누구 기준으로 다시 설계해야 하는가?
이전에는 고객을 하나로 놓고 최적화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어떤 고객에게 어떤 약속을 할 것인가를 훨씬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됐습니다.
고객 이해와 고객 집착은 다릅니다.
이 과정을 지나며 저는 고객 이해와 고객 집착은 다르다는 생각을 더 분명하게 하게 됐습니다.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은 정보를 아는 일에 가깝습니다. 누가 우리 고객인지, 어떤 패턴이 있는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아는 일입니다.
반면 고객 집착은 훨씬 더 센 상태입니다. 고객이 겪는 문제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고객이 왜 저 지점에서 멈추는지, 왜 불안해하는지, 왜 한숨 쉬는지를 보고 나면 그 문제를 풀기 전까지 마음이 불편한 상태입니다.
숫자와 데이터는 분명 중요합니다. 그런데 데이터만으로는 사람을 끝까지 움직이게 만드는 감정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표정, 망설임, 질문의 톤, 구매 직전의 불안, 구매 후 경험에서의 답답함 같은 것들은 실제로 가까이서 봐야 합니다. 저는 좋은 문제 정의는 결국 그 감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집착을 루틴으로 만드는 장치 3개
슬로건은 쉽게 식습니다. 그래서 장치로 남겨야 합니다.
1. 코어 밸류
라포랩스의 Customer Centric은 보기 좋은 문구로만 존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어려운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단기 거래액이 흔들릴 수 있을 때도 고객을 위한 선택을 지킬 수 있어야 비로소 가치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신규 카테고리 경험을 퀸잇 안에 더 자연스럽게 온보딩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잘 되고 있던 영역의 일부 효율을 양보해야 하는 논의도 하게 됩니다. 이런 결정은 거래액만 보면 불편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고객 문제를 풀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결과 더 큰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피드백과 챌린지
라포랩스는 "이 문제가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고객은 왜 이것을 필요로 하는가"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조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O 챕터에서도 고객 문제가 정의되지 않은 OKR이나 이니셔티브는 쉽게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무언가 그럴듯해 보인다고 바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문제 정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결국 가장 치열한 논의는 늘 문제 정의에서 시작됩니다.
이게 진짜 고객 문제인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충분히 큰 문제인가?
회사의 방향과도 맞는 문제인가?
4050 시장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2030의 문법으로 움직이고 있지는 않은가?
3. Working Backwards
라포랩스가 초기에 잘했던 방식은 린한 실험 문화였습니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내보내고, 데이터를 보면서 수정하는 방식입니다. 지금도 그 속도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실제로 이틀 안에 실행 가능한 작은 실험이라면 불필요한 에스티메이션 없이 빠르게 검증하는 내부 원칙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복잡도가 높아진 지금은, 작은 실패를 빨리 많이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분명해졌습니다. 어떤 문제는 애초에 출발점이 잘못되면, 아무리 빨리 반복해도 계속 빗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희가 더 중요하게 보는 방식은 Working Backwards입니다. 고객 문제와 고객 경험을 먼저 정의하고, 그로부터 솔루션과 로드맵, 태스크를 역산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셀러 스쿼드는 "셀러가 고객에게 약속한 구매 후 경험을 보장한다"는 목표 아래 문제를 정의합니다. 여기에는 배송이 늦어지는 문제,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문제, 고객이 현재 나의 반품/교환 현황이 어떠한지 알기 어려운 문제, 환불이나 처리 과정이 예측 가능하지 않은 문제 등이 포함됩니다. 먼저 고객이 겪는 큰 문제들을 정의해 놓아야 이후의 기능과 운영 개선도 같은 방향으로 연결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이니셔티브를 먼저 정한 뒤 목표를 끼워 맞추는 습관을 줄여줍니다. "무엇을 만들까"보다 "지금 풀 가치가 큰 고객 문제는 무엇인가"를 먼저 보게 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 크기와 질이 충분히 설득될 때 비로소 제품과 기술 리소스를 붙일 이유가 생깁니다.
우선순위는 결국 고객 문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제품 조직에서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늘 세 가지가 충돌합니다. 사용자 불편, 비즈니스 임팩트, 제한된 자원 안에서 얼마나 빨리 해결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 셋은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때로는 비즈니스 임팩트가 커 보이는 일이 있고, 때로는 사용자 불편이 아주 명확한데 당장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일이 있습니다. 사업 조직의 요청과 제품 조직의 판단이 엇갈릴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반복해서 확인한 건, 결국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사용자가 실제로 불편해하는 문제라는 점입니다. 고객의 불편을 풀겠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을 때 오히려 더 큰 비즈니스 임팩트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비즈니스 임팩트를 먼저 놓고 고객 문제를 뒤에 붙이면, 그럴듯해 보여도 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업 요청과 제품 백로그의 우선순위도 결국 임팩트 기준으로 보되, 그 임팩트가 고객 문제와 얼마나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기능 조직이 아니라 목적 조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식은 조직 구조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라포랩스는 기능 조직보다 목적 조직에 가깝게 움직입니다. 현재 6개의 스쿼드가 있고, 추가로 4개의 스쿼드를 더 만들고 있습니다. 인텔리전스 스쿼드는 더 나은 발견 경험을, 그로스 스쿼드는 신규 고객 획득과 리텐션을, 스케일 스쿼드는 조직 생산성과 확장성을, 커머스 스쿼드는 유려한 주문 경험과 홈쇼핑 경험을, 애드 스쿼드는 광고 수익 및 광고주 경험을, 셀러 스쿼드는 셀러 경험 전반을 다룹니다.
이 구조의 좋은 점은 각 조직이 "무슨 기능을 담당하는가"보다 "어떤 고객 문제를 푸는가"로 정의된다는 점입니다. 문제의 주인이 비교적 분명해지고, 고객 관점에서 목표를 붙들기 쉬워집니다.
결국 제가 전하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저희는 한때 고객을 잘 안다고 착각했습니다. 빠르게 실험했고, 빠르게 배웠고, 실제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 착각을 깨는 데 실패율 18%p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다 알게 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자주 모른다고 말하게 됐습니다.
라포랩스는 그런 팀입니다. 고객을 안다고 쉽게 믿기보다, 모르는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려는 팀입니다. 정답을 빨리 포장하기보다, 진짜 풀어야 할 문제를 집요하게 정의하려는 팀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고객의 더 나은 선택을 만들고, 결국 비즈니스 임팩트까지 연결하려는 팀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빠른 실행 자체가 재미인 분에게는 답답할 수 있습니다. 문제 정의에 시간을 쓰는 걸 낭비라고 느끼신다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동료가 "그래서 고객의 어떤 문제를 푸는 건가요?"라고 물었을 때, 그 질문을 부담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분이어야 합니다.
대신 고객을 만나러 나가는 시간을 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를 끝까지 선명하게 만드는 데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4050이라는 아직 충분히 풀리지 않은 시장에서, 익숙한 성공 공식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답을 직접 찾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시장을 깊이 이해하고 제품으로 풀어가는 경험은 결코 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질문을 던지면서 제품을 만들고 싶은 분이라면 라포랩스에서 정말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도 지금 답을 찾아가는 중이고, 이 과정을 함께할 동료를 찾고 있습니다. 쉽게 답이 보이는 문제보다,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있는 문제에 도전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합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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